경계를 허무는 음악의 위로… 이승윤의 노래에서 마닐라의 연대까지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선에서 부르는 공존의 노래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의 우승자로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가수 이승윤은 마이너리티에서 메이저로 편입된 상황에 대한 혼란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무명 가수가 유명해졌다는 타이틀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며, 다른 쪽에 편입되었다고 해서 기존의 것을 내팽개치지 않고 계속 경계선에 머물고 싶다는 속내를 밝혔다. 그가 직접 쓴 곡 ‘무명성 지구인’이나 ‘게인주의’의 가사를 들여다보면 그가 지속적으로 주시하는 대상은 늘 어둠 속에 묻힌 이름 없는 개인들이다.

그의 세계관은 승자와 패자, 빛과 어둠이라는 얄팍한 이분법적 잣대를 단호히 거부한다. 무언가를 단칼에 정의 내리거나 한마디로 규정하는 것을 경계하는 그는, 빛 속에도 그늘진 이가 있고 어둠 속에서도 소외되는 이가 있다는 씁쓸한 현실의 복잡성을 꿰뚫어 본다. 한두 문장으로 수렴되는 세계의 폭력성을 지적하며, 그 문장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고 싶다는 것이다. 혼자 행복해서 뭐 하겠냐며 규격과 전형성에서 벗어난 애매모호한 존재들과 함께 걷고자 하는 그의 음악적 철학은 묵직한 위로를 남긴다.

국경을 넘는 하모니, 아세안을 잇는 거대한 무대 이승윤의 철학이 편 가르기를 넘어 음악을 통한 포용을 이야기하듯, 음악이 가진 본연의 힘은 국경과 문화를 초월한 거대한 연대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수많은 문화적 경계를 넘어 이를 직접 증명할 뜻깊은 무대가 마침내 막을 올린다. 한국의 국가대표 방송사 KBS 주최로 필리핀 마닐라 아라네타 콜리세움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뮤직 페스티벌’이다.

단순한 공연의 차원을 넘어 동남아시아 전역의 아티스트들이 서로의 음악을 교류하는 이 쇼케이스는 11개국 17개 팀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진다. 한국을 대표하는 10cm와 멜로망스를 비롯해 필리핀의 국민 포크팝 밴드 벤앤벤(Ben&Ben), 새롭게 떠오르는 인디팝 그룹 컵 오브 조(Cup of Joe)가 다채로운 무대를 채운다. 여기에 태국 팝 밴드 틸리 버즈(Tilly Birds), 인도네시아 싱어송라이터 파뭉카스(Pamungkas), 캄보디아의 지-데빗(G-Devith), 싱가포르 아티스트 레지나 송(Regina Song) 등 아세안 지역 각국의 음악 씬을 이끄는 뮤지션들이 대거 합류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6년 만에 다시 마이크를 쥐다 이번 주말 양일간 열리는 페스티벌은 그 개최 자체로 긴 기다림 끝에 이루어진 귀환이라는 짙은 상징성을 지닌다. 본래 2020년 필리핀에서 성대하게 열릴 예정이었으나,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취소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아시아의 음악인들은 물리적 단절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고 6년 만에 원래 약속했던 자리인 마닐라에서 다시 마이크를 쥐게 되었다. 한-아세안 협력기금의 전폭적인 후원과 외교부 및 아세안 사무국의 지원 아래 성사된 이 무대는,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완성되는 음악의 진정한 화합을 대중에게 선사할 예정이다.